재미있는 광고전략을 콕콕 짚어보는 [걸어서 광고속으로✈️] 첫 번째 시간!
1. Intro : "2등 마케팅이란?"
새롭게 데뷔하는 연예인들을 보면 자신의 특징이나 장점 등을 들어 '제 2의 ~'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가수 효린은 제 2의 비욘세, 위키미키의 김도연은 제 2의 전지현 등의 별칭으로 화제를 모았죠. 물론 '제 2의' 누군가로 소개받는 일이 썩 즐거운 일이 아니라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인지도가 필요하고 다양한 기회가 간절할 때 자신이 가진 특징으로 이미 유명한 누군가와 비교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홍보수단이 또 있을까요?
이는 기업들의 사례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기업들 사이에서, 때로는 정말 압도적인 업계 1위 아래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이 있는데요. 한때 <개그콘서트>에서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가 큰 인기를 얻었는데, 그런 더러운 세상에서 2등도, 심지어 2등이 아니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2등 전략'으로 안정적인 인지도와 점유율을 얻은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2. 사례 톺아보기
1) AVIS
세계에서 처음 '2등 마케팅'을 사용한 기업은 바로 미국 렌터카 회사 AVIS입니다. 당시 미국 렌터카 시장은 Hertz라는 기업이 시장 점유율 70%를 넘나들며 독식하고 있었는데요. 이에 반해 AVIS는 2등은 커녕 시장 점유율 2~3%에 매년 천문학적인 액수의 적자실적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Hertz를 이기기 위해 많은 직원들이 고심하고 있던 도중,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지죠.
"왜 꼭 이겨야만 하죠?"
이 말에서 탄생한 광고가 바로 첫 2등 광고입니다. "AVIS는 렌트카 업계 2등입니다. 우리는 그래서 열심히 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이 광고는 큰 화제를 몰고 옴과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진정성을 전달하는데 성공했고, AVIS는 광고를 처음 공개한 1962년 바로 그 해, 첫 흑자를 맛보았습니다. 이후 계속해서 점유율이 증가하며 2014년 한 통계에서는 미 공항 렌터카 시장에서 점유율 1등을 차지하기도 하는 등 안정적인 점유율 확보에 성공하죠. AVIS는 이후에도 2012년까지 이 2등 광고 시리즈를 50년 동안 내보냈고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파격적인 광고 전략에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패러디를 양산했습니다.
2) 버거킹
세상에 버거킹만큼 무서운 광고 공격을 펼치는 브랜드가 또 있을까요? 광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저도 버거킹의 새로운 캠페인을 접할 때마다 입이 떡 벌어질 때가 있습니다. 버거킹은 햄버거 업계에서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는 맥도날드를 상대로 점유율을 뒤집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요. 2등을 자처하는 전략은 아니지만, 업계 2등이 취할 수 있는 새로운 스탠스를 보여준 사례로 가지고 왔습니다.
2015년, 버거킹은 공개적으로 맥도날드에 손을 내밉니다. 유엔 세계 평화의 날(매년 9월 21일)을 맞아 잠시 경쟁을 내려놓고 두 햄버거를 합치자는 휴전 제안을 신문 전면에 게시한 것인데요. 업계 선두를 고고하게 도발하는 이 캠페인은 '가장 완벽한 게릴라 마케팅'이라는 평을 받으며 그 해 칸 국제 광고제에서 수상까지 한 바 있습니다. 여담으로 맥도날드는 SNS를 통해 '나중에 전화로 얘기하자'라며 정중히 거절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죠.
2016년 할로윈, 버거킹은 또다시 재미있는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할로윈에 사람들이 다양한 코스튬을 활용해 귀신 분장을 하는 것에 착안해 버거킹 매장을 '맥도날드 유령' 컨셉으로 덮어버린 것인데요. 사진 속 유령이 들고 있는 광고판을 보면 "놀랐지? 걱정마! 우리는 여전히 버거를 그릴에 굽고 있어!"라며 버거킹 와퍼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드러냅니다. 이런 도전적인 광고 캠페인들, 1등이 아닌 2등이기에 할 수 있는 과감한 전략이 아닐까요? 2017년 버거킹에서 진행한 "광대 옷을 입고 버거킹에 오면 와퍼가 공짜"라는 캠페인 홍보 영상을 소개하며 다음 사례로 넘어가볼게요!
3) 타미힐피거
다음 사례는 지난 브랜드 돋보기에서 다루었던 타미힐피거의 사례입니다! 1985년 신인 디자이너 타미 힐피거가 설립한 후 초기의 주안점은 어떻게 디자이너 타미 힐피거를 알릴 것이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가용한 광고 예산은 약 140만 달러였다고 하는데, 미국 한복판에서 광고를 뿌리기에는 절대 많지 않은 금액이었을 것입니다. 이 때 타미힐피거에서는 정말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광고 하나를 타임스퀘어에 떡하니 게시합니다.
무려 당시 미국에서 정말 잘나가고 있던 3대 디자이너인 랄프 로렌, 페리 엘리스, 켈빈 클라인에 자신의 이름을 살포시 얹어 위대한 4대 디자이너로 소개한 것입니다. 게다가 [사진 5]를 참고하시면 로고를 제시하며 "넷 중 가장 알려지지 않은 사람의 로고"라고 설명하고 있네요. 해당 광고는 공중파나 신문에서 회자되며 성공적인 노이즈 마케팅 사례가 되었고, 이후 뉴욕 시민들을 대상으로 행해진 한 설문조사에서는 사람들이 실제로 타미 힐피거를 중요한 디자이너들 중 한 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도 하죠.
4) 오뚜기 진라면
마지막 사례는 한국의 사례입니다.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라면하면 신라면을 떠올렸는데요. 실제로 농심의 신라면은 출시 이후 약 30년간 60%를 넘나드는 점유율을 보이며 국민라면으로 사랑받아왔습니다. 그런 라면 시장에서 진라면은 안성탕면, 삼양라면 등에 밀려 2등도 아닌 상황, 그런 오뚜기가 2005년 배우 차승원을 내세운 광고 한 편을 공개합니다.
"2등이 아니면 어떤가? 이렇게 맛있는데 언젠가 1등하지 않겠나!"라는 메시지를 담은 당돌한 이 광고는 이후 몇 편의 시리즈물로 더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2등도 아닌 이들의 2등 전략이 제대로 먹힌 것일까요? 이후 점유율을 조금씩 높여가던 진라면은 지난 2020년, 처음으로 업계 1위 신라면을 꺾고 한국 봉지라면 시장 점유율 1위에 등극합니다. 2등 전략 이외에, 오랫동안 가격을 동결하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도 한 몫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3. Outro
오늘 살펴본 2등 기업(혹은 자칭 2등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2등이기에 할 수 있는 과감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이 특징이었고, 이를 통해 고객들의 인지도를 확보하는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젊은 이미지로 쇄신하고 사업분야를 확장하며 점유율을 앞지른 펩시 등의 사례들을 보다보면 소비자들의 선택이 꼭 압도적인 업계 1위에 쭉 머무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어디선가 마케팅은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 이기는 싸움"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주저앉지 않고 끊임없이 소비자들의 마음에 파고들어가려는 진정성과 노력이 결국 성공으로 가는 열쇠가 아니었을까요?
오늘은 1등 기업은 자신들을 인정해주니 기분 좋고, 진짜 2등 기업들은 "우리가 2등이다!"라고 반박하기도 민망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2등 전략 사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또다른 재밌는 사례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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