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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돋보기🔍

[브랜드 돋보기] #4. Tommy Hilfiger (타미힐피거)

다양한 브랜드를 구석구석 들여다보는 [브랜드 돋보기🔍] 4번째 시간!

[사진 1] 타미힐피거 로고 (출처: https://global.tommy.com/ko)

1. 키워드 : "Rebirth"

 무엇이든 시시각각 변하는 지금, 여러분은 따라가기가 참 어려운 분야가 있으신가요? 저는 패션을 꼽고 싶습니다. 무엇이 유행인지 겨우 파악하면 금세 바뀌어버리기 때문이죠. 더 이상 입지 않을 것 같던 나팔바지는 어느샌가 돌아와 와이드 팬츠가 되어 모두의 옷장을 다시 차지했고, 소녀시대, 샤이니 등 많은 아이돌 가수들 덕에 큰 인기를 끌었던 스키니진은 잘 입지 않게 되었죠. 일명 '한국 패션의 암흑기'라고 불리는 2000년대 초의 패션조차 다시 스멀스멀 유행궤도에 안착하고 있구요. 뚝 끊긴듯 사라졌던 아이템들이 다시 돌고 돌아 유행하는, 이런 알 수 없는 패션의 자체적 변화는 어디서 시작되고 끝나는지 궁금합니다.

 

 한편,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제품 자체만을 기준삼아 구매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브랜드를 보기도 하고, 해당 기업의 사회적 환원,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 사회적 이슈 등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소비자들의 구매를 결정하는 요소 또한 점점 다원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다루었던 인팜은 새로운 시대의 농업을, 블룸하우스는 장르적 차별화를, 올버즈는 자연을 생각하는 의류를 메인으로 삼아 큰 성과를 올렸던 것처럼,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응답하고 스스로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꾸어가려는 노력은 기업의 생존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넘쳐나는 옷을 골라입는 우리 소비자들도 늘 고민하며 쇼핑하는데, 수십년 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수많은 패션브랜드들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변화를 거쳤을까요? 오늘은 여러 번에 실패에도 다시 부활하여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있는 브랜드를 하나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시대에 적응한 대표적인 트래디셔널 브랜드로 평가받는 브랜드, '타미힐피거'입니다.

 

2. 브랜드 소개 : "Tommy Hilfiger?"

[사진 2] Tommy Hilfiger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Tommy_Hilfiger)

 타미힐피거는 설립자인 디자이너 타미 힐피거의 이름에서 왔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는 청바지를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인도의 섬유재벌 모한 무라니와 손을 잡고 1985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설립합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폴로랄프로렌과 같은 일명 '프레피룩' (미국 동부 또는 영국 고등학생들의 교복 스타일을 본딴 패션)이 유행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캐주얼스러움을 부각해 10~20대를 공략하고, 빌 클린턴, 마이클 잭선, 스눕독 등의 셀러브리티에게 협찬을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또한 이어가면서 큰 성공을 맛보았습니다. 1990년대 미국에서 타미힐피거의 청바지는 젊은이의 상징이었다고도 하죠.

[사진 3] 잡지 <Vibe>에 등장한 마이클 잭슨의 모습 (출처: https://www.grailed.com/listings/7309621-tommy-hilfiger-michael-jackson-personal-worn-used-90s-tommy-hilfiger-vibe-magazine-kith-sweater-w-two-coa)

 1997년부터는 유럽에 진출하면서 유럽 각국에서 디자이너들을 새롭게 채용하고 유럽형 디자인으로의 변화를 꾀합니다. 유럽인들은 면보다는 울 스웨터를, 넓은 청바지보다는 슬림한 청바지를, 또 로고는 작을 수록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시장을 공략한 결과 브랜드의 이미지를 더 고급화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타미힐피거는 빅로고를 적용하고 의류 또한 스트릿 스타일로 변화하면서 기존 브랜드 지향과 충돌했고, 이로 인해 고객들이 빠지면서 재고는 쌓여만 갔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잦은 할인을 하다보니 다시 브랜드 가치는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그렇다면 타미힐피거는 어떻게 다시 우리의 장바구니 속으로 화려하게 컴백할 수 있었을까요?

 

 타미힐피거의 개혁요소는 세 가지!

1. 고객 경험

2. 속도

3. 테크놀로지

 우선 타미힐피거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입니다. 설립 30년 만에 처음으로, 2016년 9월 뉴욕패션위크에 참가하지 않은 것이죠. 대신 근처 부둣가에 관람차나 푸드트럭 등을 마련하고 이틀간 'Tommy Pier'라는 카니발을 개최하였습니다.

[사진 4] 카니발에서 타미 힐피거와 함께 등장하는 지지 하디드 (출처: https://www.vogue.fr/fashion/fashion-news/story/flashback-4-tommy-hilfiger-x-gigi-hadid-collabs/1282

여기서 자체 쇼를 진행하여 유명 모델 지지 하디드와 함께한 '타미x지지' 컬렉션을 선보이고 이를 페이스북을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하여 마음에 드는 옷을 모바일에서 실시간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죠. 이는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고, 타미힐피거는 더 신속한 고객과의 만남을 위해 디자인부터 출시까지의 과정을 단 6개월로 단축하여 좋은 옷을 바로바로 공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보통 유명 패션브랜드는 런웨이에서 매장에 전시되는 데까지 대략 12개월~18개월이 걸린다고 하네요.) 덕분에 카니발도 계속해서 이어져 17년 2월에도 진행되었고, 당해 9월에는 런던에서도 카니발을 열었습니다. 또한 고객경험을 중요시하기 시작하면서 고객 참여형 디자인을 도입했습니다. 신제품을 기획/출시할 때 소비자들에게 시안을 보여주어 의견을 묻고, 선호도가 높은 쪽으로 의견을 반영하여 제작하는 것으로, 젊은 세대들의 공감을 이끌었습니다. 마지막 요소는 테크놀로지인데요, 발전한 기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 부릅니다. 타미힐피거는 업계최초로 디지털 쇼룸으로만 진열을 대신한 매장을 여는가 하면, VR 헤드셋으로 맨 앞에서 런웨이를 직접 관람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공지능 챗봇 '타미걸'을 개발하여 소비자에게 맞는 옷을 추천해주기도 했습니다. 패션계에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압도적 선두로 언급되는 버버리에 준하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죠. 특히 고객들은 챗봇 타미걸과 평균 5분의 대화를 나누었고, 이 중 87%가 구매로 이어졌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성장이죠?

 

이렇게 개혁을 단행한 타미힐피거는 2015년부터 글로벌 매출이 반등하기 시작하여 2016년에는 무려 35억달러 (약 4조)를 돌파했습니다. '젊고 신선해졌다'라는 평가를 받았고, 처음으로 아랍여성들을 위한 라인을 출시하는 과감한 시도를 통해 중동 지역에서도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습니다. 또한, 디자인은 미니멀하게 바꾸고, 큰 실패의 이유였던 스트릿 라인들은 '타미 진스'라는 하위 브랜드로 빼서 정체성을 지켰습니다.

[사진 5] Tommy Hilfiger 유투브 계정 재생목록 일부 (출처: https://www.youtube.com/c/TommyHilfiger/playlists)

 타미힐피거는 굉장히 재미있는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기 컨텐츠 대부분이 정말 인상깊었는데요. 네이밍이 기가 막힌 'Ask Tommy-Hilfiger it out'에서는 셀럽을 초청해 여러 의류를 소개하고 입어보며 장점을 소개합니다. 'Digital Concert'에서는 각국의 아티스트를 초청해 30~40분 가량의 랜선콘서트를 진행하고 간단한 인터뷰도 진행합니다. 공연자들은 모두 타미힐피거의 옷을 입고 공연을 한다는 사실! 또한 옷을 리폼하고 수선하여 개성있게 입는 방법을 알려주는 'How to rip your jeans'라는 흥미로운 코너도 있고, 셀럽들과의 콜라보로 타미진스의 운동복을 입히고 인터뷰 및 홈트레이닝을 진행하는 'Tommy tales'도 있습니다.

[사진 6] Tommy Hilfiger의 공식 인스타그램 (출처: @tommyhilfiger)

셀럽 콜라보로 흥한 기업인 만큼 SNS에서도 셀럽이 정말 자주 등장합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드러나는데, 피드에는 타미힐피거를 착용한 셀럽들이 주로 게시되고, 눈에 띄는 것은 하이라이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유튜브에 업로드 된 재미있는 쇼츠 영상을 하나 소개해드릴테니 한 번 시청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타미 힐피거 본인이 직접 등장합니다!

https://youtu.be/S9fhzubCx7A

 

3. 시장 현황 : "한국은?"

 타미힐피거의 부활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났습니다. 한섬은 2017년 타미힐피거를 인수하여 독자적으로 기획/유통하기 시작했는데,  이 시기의 브랜드 리빌딩을 통해 한국에서도 새롭게 부흥하게 됩니다. 한섬의 리빌딩 핵심은 라인업 확대와 디자인 차별화 등입니다. 우선 기존 남녀의류로 양분되었던 라인업을 신발/캐주얼/잡화로까지 확장하고, 아시아 최초로 타미진스, 타미힐피거 삭스 매장을 유치했습니다. 코카콜라나 메르세데스-벤츠와 콜라보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죠. 이러한 노력으로 연매출 2000억을 돌파하면서 타미힐피거의 글로벌 본사는 한국을 신제품 출시 최우선 순위로 고려하기 시작했고, 한류스타와의 콜라보를 진행하거나 한국지사와 공동으로 제품을 출시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4. Outro : "우물 안 개구리가 용이 될 수도"

 비슷한 시기 대부분의 트래디셔널 브랜드들이 주저앉기 시작했습니다. 휴고보스, 폴로랄프로렌, 마이클코어스, J크루 등 지금도 익히 알고 있는 브랜드들이 트렌드를 읽지 못해 몰락하고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다시 소비자들을 돌아오게 만든 타미힐피거의 부활은 참 대단합니다. 발전하는 스마트폰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어 버린 모토로라를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이처럼 아무리 좋은 컨텐츠/제품이라도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기업들처럼, 우리도 변화하는 흐름을 잘 읽어내어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