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키워드 : "Low budget movie"
여러분은 영화를 고르실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계신가요? 보통 장르, 출연배우, 줄거리, 아니면 포스터 디자인 같은 기준으로 고르죠! 저도 지난 영화기록장에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선택한 이유가 배우 제임스 프랭코가 출연했기 때문이었던 것, 기억하실텐데요. 그런데 여러분, 혹시 영화 제작사를 보고 골라보신 적은 없나요? 수많은 아이디어와 기업들이 매일같이 전쟁을 펼치고 있는 영화 시장에서 제작사가 기억에 남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워너 브라더스 픽처스, 유니버설 픽처스, 월트 디즈니 컴퍼니, 파라마운트 픽처스, 컬럼비아 픽처스 등의 초대형 회사들만 기억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죠. 그래서 상대적으로 경쟁력도 자본도 적은 제작사들은 적은 비용으로 좋은 퀄리티의 작품, 일명 "저예산 영화"를 제작해 흥행을 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예산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의 독과점과 함께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로, 대규모 제작비와 유명 출연진들을 이용한 블록버스터 영화와 구별되는 개념입니다. 할리우드 기준 1억 달러 미만의 제작비로 제작한 작품을 일컫습니다. 보통 저예산 영화는 서구권이나 일본 영화시장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주로 매니아층을 통해 입소문을 타서 흥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어려운 시장에서 계속해서 저예산 원칙을 유지하며 세계적인 인지도를 굳힌 제작사가 있죠!
<파라노말 액티비티>, <겟 아웃> 등의 작품들을 쏟아내며 '호러 명가'라고 불리는 제작사, '블룸하우스' 입니다.
2. 브랜드 소개 : "Blumhouse?"
제이슨 블룸은 미라맥스라는 제작사에서 약 50편에 참여한 영화 제작자였습니다. 미라맥스는 본래 독립 제작사로 시작해 몇몇 작품이 대흥행하면서 준메이저로 성장했지만, 대작의 제작에 손을 댔다가 흥행해 참패하면서 실패를 맛보았습니다. 게다가 사장 하비 와인스틴은 영화배급과정에서 대충 편집하거나 마음대로 장면들을 잘라내면서 "가위손 하비"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바라보면서 블룸은 독립영화사의 비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합니다. 결론은 독립영화의 어울리는 장르는 공포물이라는 것! 그리고 감독들의 창의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 블룸은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2000년 자신의 영화사 블룸하우스를 설립합니다. 주로 집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블룸 하우스의 공포 영화들을 보신 분들이라면 기업 이름도 딱 이해가 되시겠죠?
블룸 하우스의 제작 원칙은 세 가지!
1. 감독의 창작권 보장
2. 저예산 영화
3. 고전 성공작들의 문법을 현대적으로 해석
실제로 블룸하우스는 무명/신인 감독들, 심지어는 직업 감독이 아닌 사람들도 파격적으로 기용하는 등 실험적인 시도들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감독으로서의 명성보다는 가지고 있는 역량과 잠재력을 통해 "하이컨셉트"의 영화들을 뽑아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또한 블룸 하우스는 오리지널 영화의 경우 500만 달러 (약 60억 원), 시퀄의 경우 1000만 달러 (약 100억 원)을 초과하지 않는 예산으로 제작하는데요. 둘의 비율을 5:5로 맞추어 변주가 가능한 시리즈물에서 안정성을 찾고, 오리지널 영화를 통해 도전과 실험을 이어가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고전 흥행작들에서 영감을 끌어와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데에도 능합니다. 실제로 <겟아웃>의 신체강탈테마는 1962년 작 <맨츄리안 캔디데이트>에서 가져왔고,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는 1999년 작 <블레어 위치>의 파운드푸티지 컨셉을 집 안으로 옮겨온 케이스이죠.
그러나 배급만큼은 메이저 배급사와 손을 잡고 있습니다. <겟아웃>은 유니버설 픽처스,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는 파라마운트 픽처스에 맡긴 바 있죠. 실제로 블룸 하우스는 500만 달러로 제작한 작품이 25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이 예상될 경우 배급과 마케팅에 2~3000만 달러를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또한, 장르의 특성상 와이드 릴리즈보다는 특정 소비자 층을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때문에 관련 비용도 절감이 가능하고, 최근에는 코로나19와 함께 OTT 서비스들이 열풍을 일으키면서 소규모 개봉과 2차 시장 수익을 통해 새로운 수익 판로를 찾아가고 있죠. 저예산 제작과 안정적인 상영관 확보, 과감한 마케팅 투자 등이 독립 영화사를 세계적인 '믿고 보는' 영화사로 키운 것입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SNS로도 영화 팬들과 소통하고 있는 블룸 하우스는 유튜브를 통해서는 개봉 예정작들의 프로모션 및 예고편 릴리즈를 진행하고 있고, 인스타그램에는 다양한 굿즈 출시 및 영화 팬들과 함께하는 참여형 공모전 등도 개최하고 있네요. 또한, 지난 2020년부터는 블룸하우스의 팬들을 위해 Blumfest를 개최하여 감독, 배우 등과 함께 개봉예정작에 대해 토크쇼를 진행하거나 팬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행사들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시로 지난해 진행되었던 Blumfest 2021의 소개페이지와 행사의 일환이었던 영화 <할로윈 킬즈> 관련 Q&A 라이브 영상 링크도 달아놓을게요!
https://blumhouse.com/p/blumfest-2021
Blumhouse
Official website of Blumhouse. New movies, series, future releases and BlumFest 2021.
blumhouse.com
https://www.youtube.com/watch?v=2srFNFDlCGc
3. 시장 현황 : "한국은?"
상대적으로 독립영화의 흥행률이 매우 낮은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요? 최근 몇 년 간 영화산업의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스크린 상한제 법안을 제출하고, 독립/예술영화를 지원하기 위한 펀드 신설 및 센터 설립, 문화 소외지역을 위한 '우리동네 소극장' 프로젝트 등 다양한 정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독립영화에게 집중되는 관심은 적은 편입니다. 실제로 2017년 한국 박스오피스 통계를 살펴보면 흥행 상위 50편 중 스타배우출연/대규모가 아닌 한국 작품은 단 한 작품도 없었습니다. (해외작품은 총 세 작품 : 두 작품은 블룸하우스에서, 한 작품은 경쟁사로 꼽히는 뉴라인시네마에서 만든 호러영화들이라는 사실!) 영화가 아니라 그 어떤 분야도 아이디어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된 만큼, 우리나라 영화계에 배급/유통/마케팅 쪽으로 충분한 지원 통로가 열리기를 바랍니다. 추가로, 블룸하우스와 쇼박스가 기술제휴를 맺었을 뿐 아니라 최근작 <프리키 데스데이>의 제목을 한국팬들의 아이디어로 확정짓는 등 교류가 있었으나 그 후 진전이나 들려오는 소식이 없는 상태인데 곧 좋은 소식이 들려왔으면 좋겠네요!
4. Outro :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영화시장 조사분석가로 활동해 온 저스틴 와이어트는 "The look, the hook, the book", 즉 보여주고, 영화를 보게하고, 영화표를 사게 할 수 있는 영화가 바로 훌륭한 하이 컨셉트 영화라고 정의내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는 마케팅과 브랜딩 없이는 많은 대중에게 노출시키기 쉽지 않죠. 최근 대표적인 OTT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컨텐츠의 힘이 점차 강력해지는 만큼 이러한 판로가 더 넓어지고 진입장벽도 낮아져서 빛나는 아이디어를 품은 다양한 작품들이 세상의 빛을 제대로 볼 수 있기를 바라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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